나만의 소중한 공간을 가꿔본 적 있나요? 어떤 사람, 어떤 사물, 어떤 공간은 우연히 발견됩니다. 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걷다가, 헤매다가, 혹은 그저 뜻밖의 사고처럼 강렬하게 벌어지기도 하죠. 그 뜻하지 않은 발견의 순간들은 평균 5.5인치 스마트폰 화면에서 목격한 정보와는 아주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꼭 가봐야 할 카페, 꼭 가봐야 할 맛집, 꼭 가봐야 할 편집숍은 늘어만 가는데, 이제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우연히 발견한 대상이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요? 짐짓 우연처럼 보이는 어떤 순간들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낯선 곳에 데려다주기도 합니다. 찾는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아주 내밀하고 아름다운 곳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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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 앤 앤츠
고을희, 박정현 부부가 운영하는 빈티지 숍 코젤 앤 앤츠는 작은 가게이자 서점이며 동시에 전시 공간이다. 그러나 코젤 앤 앤츠를 설명할 수 있는 무엇보다 강력한 정체성은 '저마다의 사적인 취향과 영감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의 아지트'라는 점이다. 집이 아닌 곳에 자신들만의 취향을 담은 '방'을 만들어보고픈 마음에서 출발했고, 현재는 이 비밀스러운 곳에 도달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공간을 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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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 앤 앤츠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출발점은 공간과 수집 중 어느 키워드에 더 가까웠는지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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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을희(이하 을희): 무작정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공간이 필요했죠. 저는 보통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위안을 얻는 편이라 그만큼 공간에 대한 애착이 커요. 문득 집이 아닌 우리만의 공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출발하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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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덜컥 공간을 계약하고 나니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더라고요. 명확한 목적도 없이 계약부터 하고 그때부터 생각을 시작했어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결국 서로가 좋아하거나 원하는 것에 집중해 보기로 했죠. 생각보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자신에게 집중한 ‘방’ 하나를 집이 아닌 외부에 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모아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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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 앤 앤츠의 위치 선정도 인상 깊어요. 왜 하필 이 동네이며, 왜 하필 이 건물이었을까요?
을희: 저는 종로가 참 매력적인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고 싶었고, 매일 산책해도 지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동네에 오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종로에 살기도 하고요.(웃음) 이 건물을 발견하게 된 것도 평소처럼 종로 일대를 걷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종로떡집’ 건물이 눈에 띄었어요. 큰 가로수 뒤로 창문 하나가 열려 있었는데, 저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풍경이 어떨지 무척 호기심이 생겼죠. 대로변 위치에 높은 빌딩 사이가 아닌 단독 건물이라 채광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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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공간이 생기면, 그때부턴 어떻게든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을희: 어떻게 보면 처음에는 굉장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이었어요. 방을 외부에 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저희의 손길이 묻은 오브제나 빈티지 소품들을 소개하려니 벌거숭이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나를 앞에 내놓고 "자, 보세요!" 하는 느낌. 너무 쑥스러워서 오픈을 계속 미루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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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을 처음 발견했을 때도 그렇고, 공간 구석구석 구경거리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을희: 저희는 우연히 마주하는 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에 큰 기쁨을 얻는 편이에요. 그 대상이 무엇일지라도요. 그런데 항상 기대해 왔던 이런 감정을 우리가 만든 공간을 통해서 경험하게 된 거죠. 무언가를 판매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무언가를 발견하는 시간을 즐기는 우리 같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과 함께요. 이런 경험에 힘을 얻어 더 다양한 이야기, 그리고 저희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을 발견하고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판매하는 제품들은 모두 빈티지인가요?
정현: 빈티지라는 키워드로 제품을 전개하지만 새 상품도 있어요. 카테고리 또한 헌책과 새 책, 작은 오브제, 아웃도어 제품 등 경계 없이 진열하기도 했고요. 셀렉의 기준은 따로 정해두지 않고 오로지 각자 좋아하는 것, 관심 가는 것을 바탕으로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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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엔 다양한 종류의 빈티지 숍이 있어요. 그러나 모두가 똑같은 숍인 것은 아니죠. 관점과 취향이 존재하기 때문에요. 코젤 앤 앤츠만이 가지는 관점과 색깔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을희: 코젤 앤 앤츠 인스타그램 사진 속 주인공은 대부분 손님들과 주변 친구들이에요. 숍을 배경으로 스타일링을 연출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하죠. 그래서 하나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간직한 사진이기도 해요. 공간의 시작은 저희가 좋아하는 사적인 취향과 영감의 오브제들이었다면, 이후에는 이 공간을 방문하고 눈여겨 봐주시는 분들과의 교류로 채워나가고 싶어요. 옷장 속 전시도 마찬가지고요. 현재의 코젤 앤 앤츠는 손님들과 때로 친구가 되거나, 동료가 되기도 하며, 서로의 발견과 영감을 나누는 유동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손님들과의 관계가 인상 깊어요. 선뜻 촬영을 해주시는 것도 놀랍고, 결과물들은 더 놀랍고요.
을희: 맞아요. 손님들이 와서 옷을 입어보실 때 조금씩 대화를 나누다가, 공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분들한테 여쭤봐요. 아주 조심스럽게. 아직까지 거절은 없었어요. 오셨던 분들이 다들 좋아해 주셔서 좋은 반응을 끌어낸 것 같아요. 그다음에 날짜를 잡고 스타일링을 하고, 그렇게 사진이 만들어지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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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손님들이 사진 속 사람들은 누구냐고 묻기도 해요. 저희가 소개하는 콘텐츠의 목적은 단순히 판매를 위함이 아니고, 저희도 모델이 되어주신 분들에게 좋은 기운과 영감을 받았기 때문에 함께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분명 저희와 같은 마음으로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해요.
코젤 앤 앤츠의 안팎은 무엇인가요? 혹은, 코젤 앤 앤츠에게 안팎은 무엇일까요?
정현, 을희: ‘통로’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안에서부터 밖, 밖에서부터 안. 인물과 인물과의 통로일 수도 있고요. 코젤 앤 앤츠 숍을 통해 무언가를 이어주는 통로와 같은 매개체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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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안팎』은 어떠셨나요? 크든 작든 『안팎』은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안팎』에서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안팎』은 언제나 여러분의 관심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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